분당선 수내역은 롯데백화점과 연결되어 있다. 백화점에서 나오면 대단위 아파트 단지인 양지마을이 나타난다. 롯데백화점에서 양지마을의 금호아파트와 한양아파트 사이로 난 길은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책길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이 산책길은 500m 가까이 시원한 녹음을 선사한다.곧게 뻗은 이 산책길은 안내견에게 최고의 훈련장이다.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전대리에 있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훈련사들은 매일 아침, 훈련견들을 특수차량에 싣고 훈련장으로 나간다. 주요 훈련장소는 분당의 수내역과 서현역 주변, 서울 강남역 주변, 용인 재래
지난 8월 25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한창 진행 중이던 그 시각 판문점 직전 통일대교. 기자들은 남북 고위급회담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지루한 ‘뻗치기’를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났을 때 누군가 파주의 중국집으로 점심을 주문했다. 얼마 후 짜장면 27그릇이 배달되었다. 취재기자들은 땡볕 아래서 짜장면으로 점심 한 끼를 맛있게 먹었고, 그 힘으로 뻗치기를 이어갔다.취재기자들 대부분은 20~30대였다. 운전기사들과 두세 명의 데스크급 기자들만 40대였다. 이들 중 누구도 ‘짜장면 점심’에 이의를 단 사람은 없었다. 피자나 햄버거가 맛
서울 사람은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접하면 기가 죽는다. 조사 기관은 여러 곳이 있지만 결과는 언제나 비슷하다. 서울은 140개 대상 도시 중 중위권에서 맴돈다.지난 8월 17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정치·경제 분석 전문업체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015년 살기 좋은 도시’를 발표했다. 1위는 호주 멜버른, 2위는 오스트리아 빈, 3위는 캐나다 밴쿠버, 4위는 캐나다 토론토, 5위는 호주 애들레이드·캐나다 캘거리 순이었다. 멜버른은 100점 만점에 97.5점으로 5년째 1위를 차지했다. 멜버른, 빈
지난 8월 18일 오후 5시 강원도 춘천시 춘천로에 있는 예수마음교회. 예수마음교회 현판 옆에는 ‘한국 아나뱁티스트 센터’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건물 3층의 교회 안으로 들어서자 예배당이 보이지 않았다. 회의실 같은 공간 한쪽에 직사각형 탁자가 놓여 있는 게 전부였다. 회의실 두 쪽 벽면은 책과 자료철로 가득했는데, 메노나이트와 관련된 자료철이 두드러졌다.충남 논산에서 평화누림교회를 운영하는 도서출판 대장간 배용하 대표가 예배당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이어 대전 ‘꿈이 있는 교회’ 전남식 목사가 들어왔다. 이들은 진해와 제주를
지드래곤, 조영남, 리사, 최백호, 남궁옥분… 그리고 정미조. 가수인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본업을 하면서 미술에 뛰어들었다. 가수에서 화가가 된 이들을 시간 순으로 볼 때 1세대는 ‘개여울’을 부른 정미조씨. 정씨는 1980년대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회화를 제대로 공부했다. 2세대는 조영남씨. 1990년대부터 화투라는 대중 오락도구를 회화에 끌어들여 새로운 회화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세대는 빅뱅의 지드래곤. ‘삐딱하게’를 부른 지드래곤은 일찍부터 미술적 감각으로 주목받았다. 지드래곤은 지난 7월 서울시립미술관
2011년 10월 20일 오후 2시, 그날 미국 뉴욕에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맨해튼 남부 소호(Soho) 거리에도 비가 쏟아졌다. 나의 목적지는 머서(mercer)가110번지 아파트 5층. 지하철에서 내려 걷는데 골목길이 가을비를 맞으며 초저녁처럼 어둑해져가고 있었다. 잠시 후 머서가로 꼬부라져 들어갔다. 명품 매장 루이뷔통이 축축해진 골목길에 불을 밝히고 있는 게 보였다. 소호는 변질되었다. 휴스턴가의 남쪽(South of Houston) 지역을 줄여서 뉴요커들은 ‘소호(Soho)’라 불렀다. 텅 빈 공장이 밀집해
지난 7월 3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 정의화 의장이 현관에서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의장실을 둘러보았다. 오른편 창틀에 ‘섬진강시’ 조감도가 보였다. 여수, 광양, 구례, 하동, 남해를 묶어서 하나의 시(市)로 만들자는 것은 정 의장의 오랜 꿈이다. 의장석 뒤쪽의 병풍과 왼쪽의 사진도 특이했다.“내가 포은 정몽주 20대손인데, 포은이 장원급제할 때 쓴 시로 병풍을 만든 겁니다. 저 옆에는 내 사진 작품이에요. 내가 부산대학교 다닐 때 학보사 기자를 했는데, 그때부터 사진을 취미로
1983년 8월, 스물세 살 청년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잔디광장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청년은 “이곳에서 꼭 일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며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해 여름 이 청년이 기도하는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지난 7월 22일, 32년 전 그 청년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조직본부장에 임명되었다. 재선의 이윤석 의원(54·전남 무안·신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혁신의 일환으로 사무총장직을 없애는 대신 5본부 체제로 바꿨다. 조직본부, 민생본부, 디지털소통본부 등이다. 총선을 앞둔
[image1]경부고속도로 목천IC를 빠져나온 자동차가 독립기념관 옆을 지났다. 유관순길, 아우내길 등의 이정표를 뒤로하며 진초록 논 사이로 난 포장도로를 달렸다. 병천면사무소가 보였다. 병천순대로 유명한 그 병천이다. 다시 시골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김영만미술체험공간-아트 오뜨’ 가는 길이 맞는가 싶었다.동행한 이경민 사진기자는 어렸을 때 ‘김영만 종이접기’를 보면서 자랐다고 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종이접기 전문가 김영만’으로 옮겨갔다.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아카데미원장 김영만씨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 20
지난 7월 15일 10시쯤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을 출발한 전세버스 한 대가 경기도 포천시 성동삼거리 ‘38선 휴게소’에 잠시 정차했다. 성동삼거리에는 육군 6사단 헌병대에서 나온 호송 지프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 전세버스에서 ‘6·25참전 전우회-육종 전우회’ 모자를 쓴 노병(老兵)들이 하나둘씩 내렸다. 도로 이정표에는 포천, 철원, 김화 등이 보였다.김정규 육군종합학교 전우회장을 비롯한 노병들은 ‘고 육군대위 김교수 및 제2연대 6중대 장병 추모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추모식은 매년 거행하는 일이지만 이날만큼은 감회
사형제는 20년 존폐 논란 끝에 과연 국회에서 폐지될 것인가. 유인태 의원(서울 도봉을·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권에서 ‘사형제 폐지 주장 의원’으로 통한다. 유 의원은 지난 7월 6일 여야 의원 172명이 서명한 사형제 폐지 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면서 다시 한 번 사형제 존폐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유 의원은 17대 국회에서도 사형제 폐지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사형제 폐지 법안이 발의된 것은 15대 국회(1996~2000년)부터 여섯 차례. 모두 논란 끝에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이번이 일곱 번째 발의다.유
“블래터 회장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임기응변에 능하다. 너무 머리가 좋다고 생각한 나머지 다른 사람을 다 바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 의견을 경청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 말도 듣지 않는다. 본인이 혼자 다 한다.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연락한다. 자기가 혼자 다 하고 나머지는 기구들은 다 장식용으로 생각한다.”(정몽준)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17년간 FIFA(국제축구연맹) 부회장으로 일했다. 그는 FIFA 개혁파로서 일관되게 반(反)아벨란제-반블래터 노선을 걸었다. 1998년 FIFA 회장 선
[image1]‘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인간을 몰아내고 매너 농장을 장악한 돼지들은 농장을 다스리기 위해 7계명을 만든다. 그중 일곱 번째 계명이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였다. 돼지들은 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계명을 하나씩 없애고 마지막 계명에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는 문장을 덧붙였다. 이 계명은 독재 권력자는 현란한 수사(修辭)를 동원해 국민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평등을 강조한 권력은 독재화와 전체주의화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
이순재 1935년생, 신구 1936년생, 박근형 1940년생, 백일섭 1944년생. tvN에서 지난 5월 방영한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의 주인공들 나이다.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은 시청률이 7.6%에 달했다. ‘꽃보다 할배’의 전작(前作)들인 스페인편, 프랑스편 역시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버렸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연령층에서 고른 지지를 받으며 순항(順航) 중이다. ‘꽃보다 할배’를 이끄는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 4인의 평균 나이는 78세다. 이들은 30년
지난 5월 26일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는 사람이 있다. 대한노인회 이심(76) 회장이다. 대한노인회가 현행 65세인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하도록 공론화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이 사회 전체에 신선한 파문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주요 신문과 방송이 복지혜택을 양보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부담을 덜겠다는 대한노인회의 결정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대한노인회 중앙회는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안에 있다. 1969년 설립된 대한노인회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거느린 단체다. 65세 이상 노인은 현재 665만명. 대한노인회는 6만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2005년 5월 21일 별세했다. 지난 5월 20일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선영에서는 10주기를 맞아 특별한 추도식이 열렸다. 고인의 아들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선친의 정도경영(正道經營) 뜻을 담은 추모조형물을 설치했다. 직육면체 돌의 전면에는 고 정세영 회장 상반신을, 뒷면에는 포니 자동차를 각각 음각했다.이 추모조형물은 25년간 현대자동차 디자인을 책임졌던 박종서(68) 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장이 맡았다. 박종서 교수는 디자이너지 조각가가 아니다. 그런데 정몽규 회장은 박 교수에
지난 3월 28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대구구장 개막전. 이날 시구자는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이었다. 할아버지 박창기(81)씨-아들 박용현(43)씨-손자 박성호(10)군. 1982년 프로야구 원년(元年) 삼성 라이온즈 어린이회원이었던 박용현씨가 포수 자리에 앉았고, 그를 야구장에 데리고 다녔던 아버지 박창기씨가 타석에 섰다. 투수는 박용현씨의 아들 박성호군. 3대가 개막전에 나와 시구, 시타, 시포를 한 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삼성 라이온즈는 2016년 신축 구장으로 홈구장을 이전한다. 대구구장 개막전은 이날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시인 박목월(1915~1978). 시인은 1960년부터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18년간 봉직했다. 지금 한양대 박물관에서는 박목월 탄생 100주년 기념 ‘구름에 달 가듯이’ 특별전이 12월까지 열리고 있다. 미발표 시 원고, 강의 노트, 가족사진, 월급봉투 등이 전시되어 시인의 정신과 체취를 느끼게 한다.시인은 4남1녀를 두었다. 3남매는 미국에 산다. 알려진 대로 장남이 문학평론가 박동규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전화통화에서 박 교수가 어디서 만나는 게 좋은지를 물었다. 나는 고민하지 않고 한양대 박물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감독님이 있어 야구 보는 재미가 늘었습니다’….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김성근 감독을 클릭하면 이런 댓글이 주르륵 달려 있다. 99% 이상이 김성근 감독에게 고마워하고, 김성근 감독을 걱정하는 내용들이다. 지금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최고 인기스타는 김성근 감독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을 4강에 진출시킨 거스 히딩크 감독 이래 프로 지도자로서 가장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 김성근이다.1942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일흔셋. 나이
대기업 임원 H씨는 최근 대학생 딸이 보인 뜻밖의 변화에 흐뭇하기만 하다. 프로야구 하면 이승엽과 류현진이 아는 게 전부였던 딸이 프로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H씨는 딸이 프로야구와 관련한 것들을 계속 물어오면서 자연스럽게 곁에 오는 일이 많아졌다. 기본적인 야구 규칙도 모르던 딸이 갑자기 프로야구에 꽂힌 것은 지난 4월 26일 대전에서 한화 이글스 경기를 관전하고 나서다. 이날 경기에서 한화 이글스는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5 대 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2014년 시즌까지 한화 경기는 9개 구단 중에서 가장 재미없는 경